빈손으로 오지 말앙, 예약부터 챙겨영 오라
원시의 숲으로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 오름에서 백 년째 살고 있는 감귤 요정 귤이예요. 오늘은 오름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대접을 받는 곳, 거문오름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제주시 조천읍 쪽으로 가다 보면 이름은 자주 듣게 되는데, 막상 가려면 절차가 있다는 이야기에 발걸음을 돌린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저는 오름 위에서 백 년을 살아온 요정이지만, 거문오름 이야기를 할 때마다 조금 다른 마음이 들어요. 다른 오름들은 언제든 훌쩍 올라가 볼 수 있는데, 이 오름만큼은 미리 준비하고 찾아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미리 준비하는 절차'야말로 거문오름을 거문오름답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볼게요.
조천읍에 자리한, 유네스코가 품은 오름
거문오름은 제주시 조천읍에 자리한 오름이에요. 제주에는 크고 작은 오름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거문오름은 조금 다른 이름표를 하나 더 달고 있어요. 바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알려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지역에 포함된 오름이라는 점이에요. 저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오름 하나가 세계유산이라니' 하고 놀랐는데, 알고 보니 이 오름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꽤 깊더라고요. 제주에 오름이 워낙 많다 보니 저도 다 안다고는 말 못 하는데, 그중에서 이렇게 세계유산이라는 이름표까지 달게 된 오름은 흔치 않다고 하니 거문오름이 얼마나 각별하게 여겨지는 곳인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거문오름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오름이 제주 곳곳에 뻗어 있는 용암동굴계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에요. 예전에 만장굴 이야기를 하면서 땅속에 숨어 있는 용암동굴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 동굴들이 시작된 자리가 바로 이 거문오름 쪽이라고 전해지고 있어요. 오름 하나가 그 밑으로 이어지는 여러 동굴의 시작점이라니,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땅 밑에서 벌어졌을 오래된 시간이 새삼 궁금해져요. 눈에 보이는 건 그저 나무가 우거진 오름 하나인데, 그 아래로 얼마나 긴 길이 뻗어 있을지 상상하면 조금 아찔하기도 하고요.
땅 위에 서 있는 오름 하나가, 땅속 저 멀리까지 이어지는 길의 시작점이었다니.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거문오름을 다시 보게 돼요.
— 🍊 귤이예약이 지켜주는, 숲다운 숲
거문오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이에요. 다른 오름처럼 마음 내킬 때 훌쩍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미리 탐방을 신청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게다가 하루에 오를 수 있는 탐방객 수도 정해져 있다고 전해지는데,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조금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오름이라면 그냥 바람 따라 발길 닿는 대로 올라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절차야말로 거문오름을 거문오름답게 지켜주는 것 같더라고요. 하루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수가 정해져 있으니, 숲 안쪽이 늘 붐비지 않고 차분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지켜진 덕분인지 거문오름 숲은 사람의 손을 덜 탄, 원시림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전해져요.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우거진 숲길과 오래된 나무들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른 한 번 걸어보고 싶어져요. 조용한 게 그저 사람이 적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숲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람을 들이는 방식으로 지켜지고 있다는 게 저는 참 마음에 들어요. 저는 오름 위에서 오래 살아온 요정이라 그런지, 이렇게 방식 하나로 숲의 모양이 지켜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뭉클해지더라고요.
거문오름, 걸어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거문오름은 정해진 인원만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아무 때나 불쑥 찾아가면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수도 있어요. 저도 이 부분은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은데, 정확한 예약 방법이나 하루 정원 같은 세부 사항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제가 여기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대신 거문오름에 가보고 싶으시다면, 방문 전에 예약 방법을 꼭 한번 확인해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래야 헛걸음하지 않고 이 오름이 품고 있는 숲을 제대로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절차를 지켜가며 들어가야 하는 곳일수록, 막상 그 안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감동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줄을 서지 않고, 붐비지 않는 숲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보고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숲과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유네스코가 품은 오름이자 용암동굴계의 시작점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다 몰라도, 그저 조용한 숲길을 걷고 싶은 날이라면 거문오름이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 하나만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GYULIのヒント · 거문오름은 사전 예약이 꼭 필요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예약 없이 갔다가는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 방문 전에 예약 방법과 절차를 꼭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예약 방식이나 하루 정원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최신 안내를 다시 한번 챙겨보시고 움직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