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솜허영 걸어사 뒈는 땅, 알뜨르비행장
제주가 품은 또 하나의 기억
제주 여행을 이야기할 때 오름이나 해변, 맛집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서귀포시 대정읍에는 그와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지닌 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알뜨르비행장이라 불리는 너른 들녘입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건설한 군사비행장으로 전해지며, 지금도 당시의 흔적으로 알려진 콘크리트 격납고들이 밭 사이사이에 남아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름도 바다도 아닌 이 평평한 들녘이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지, 귤이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화려하게 소개할 만한 여행지라기보다는, 걸음을 늦추고 아는 만큼만 조심스럽게 짚어보아야 하는 곳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이 땅이 지나온 시간을, 딱 알려진 만큼만 담담하게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일제강점기, 군사비행장으로 알려진 땅
알뜨르라는 이름은 '아래 있는 넓은 들'이라는 뜻을 지닌 제주말에서 왔다고 전해집니다. 이름 그대로 넓은 들판이었던 이 땅이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며 일본군의 군사비행장으로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언제 마무리되었는지, 또 얼마나 넓은 규모로 조성되었는지는 이 글에서 단정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제주 서남쪽의 넓은 들판이 군사적 목적으로 쓰였다는 사실 자체가, 평화롭던 농경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들녘 곳곳에 남아 있다고 전해집니다. 왜 하필 이 자리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아, 이 글에서도 섣불리 짐작해 말씀드리지는 않으려 합니다.
화려한 안내판 하나 없이도, 이 들녘에 서면 지나온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 🍊 귤이그 흔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격납고입니다. 비행기를 숨기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낮고 둥근 형태로 지어져 지금도 밭 한가운데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몇 기나 남아 있는지, 정확한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 글에서 함부로 숫자를 말씀드리기보다, 지금도 실제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라는 사실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마늘이나 배추가 자라는 밭 옆에 이런 구조물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는 풍경은, 처음 마주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낡아 가는 콘크리트와, 그 옆에서 해마다 새로 자라나는 작물들이 나란히 놓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같은 땅 위에 얼마나 다른 시간이 겹쳐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지금도 들녘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들
알뜨르비행장 일대를 걷다 보면, 평범한 농경지 사이사이로 낯선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격납고뿐 아니라, 당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크고 작은 구조물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구조물들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하나하나 쓰였는지, 세부적인 이야기까지는 이 글에서 다 짚어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은 평화롭게 농작물이 자라는 이 땅이, 한때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쓰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일대에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 자료나 관련 시설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어떤 자료가 어떻게 전시되어 있는지는 방문하시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이 글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귤이는 이곳을 두고 어떤 결론이나 해석을 미리 말씀드리기보다는, 각자 이 땅 앞에 서서 스스로 느끼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넓은 들녘을 천천히 걸으며,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지나온 시간을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없이 걸어야 하는 들녘
알뜨르비행장을 제주 여행 일정에 넣을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귤이는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쯤 조용히 들러보시길 조심스럽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화려한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이 땅이 겪어온 시간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 보는 곳으로요. 넓은 들녘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이곳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천천히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들뜬 마음으로 돌아다니기보다는, 잠시 걸음을 늦추고 이 들녘이 지나온 시간을 가만히 헤아려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귤이가 오늘 전해드린 이야기는 알뜨르비행장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지고 전해지는 내용을 조심스럽게 정리한 것일 뿐, 그 이상의 판단이나 해석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땅을 둘러싼 더 자세하고 정확한 이야기는 현장의 안내 자료나 관련 자료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한 듯합니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이 평화로운 들녘도, 한때는 전혀 다른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가만히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이 땅을 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귤이는 생각합니다.




GYULI的贴士 · 알뜨르비행장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대에 넓게 자리하고 있으며, 별도의 입장료 없이 들녘 사이를 걸어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주변이 실제 경작 중인 농경지인 경우가 많으니 밭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고, 여름철에는 그늘이 많지 않은 만큼 더위 대비와 물 준비도 함께 챙기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