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 원래 벙커랜 마씸? 지금은 그림이 그득해수다
지금은 빛과 그림이 흐른다
제주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미술관이나 전시 공간을 검색 목록에 넣는 분들이 꽤 많으실 텐데요, 그중에서도 유독 독특한 이력을 가진 곳으로 소개되는 공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빛의 벙커라는 이름의 전시장인데요, 이름에서부터 어딘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드시죠? 이곳은 원래 국가의 중요한 통신망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졌던 군사 시설, 그러니까 벙커였다고 전해집니다. 총과 통신 장비가 오가던 삼엄한 공간이 지금은 벽 가득 빛과 그림이 흘러내리는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하니, 그 반전만으로도 한 번쯤 들여다볼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귤이가 이 벙커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하나씩 풀어드려 볼게요.
원래는 총과 통신을 지키던 자리
빛의 벙커가 자리한 이 공간은 처음부터 전시장으로 지어진 곳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가 기간통신망, 그러니까 나라 전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통신 설비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군사용 벙커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그래서인지 이곳의 구조 자체가 일반적인 전시관과는 사뭇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과 낮은 천장, 밀폐된 내부 공간까지 — 원래 목적이 '지키는 것'이었던 만큼, 외부의 시선이나 충격으로부터 안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전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본래의 군사적 쓰임은 사라졌지만, 그 견고한 구조만큼은 고스란히 남아 지금의 전시 공간을 이루는 뼈대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군사 시설이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례는 제주 곳곳에서 종종 발견된다고 하는데, 빛의 벙커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쓰임을 얻게 된 곳 중 하나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과 탄약, 통신 장비가 자리했을 법한 공간에 이제는 프로젝터와 스피커가 들어서고, 삼엄했던 벙커의 벽면은 거대한 화면이 되어 빛을 쏘아 올리는 캔버스로 바뀌었다고 전해집니다. 나라를 지키던 자리가 이번에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리로 바뀐 셈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딱딱하고 차가웠을 콘크리트 공간이 오히려 빛과 그림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가 되었다는 점이, 이 공간이 가진 가장 큰 반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총과 통신 장비를 지키던 두꺼운 벽이, 지금은 그림 한 점 한 점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
— 🍊 귤이벽 전체가 캔버스가 되는 순간




빛의 벙커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건 아마 그 규모일 것 같습니다. 벽면은 물론 바닥까지,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우는 크기로 명화 이미지가 투사된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림 한 점을 액자 속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는 방식이 아니라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후기가 많다고 합니다. 음악과 함께 화면이 서서히 움직이며 하나의 그림에서 다른 그림으로 넘어가는 연출이 이어지고, 관람객들은 정해진 동선 없이 벙커 곳곳을 자유롭게 오가며 빛과 색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그때그때 다른 각도에서 마주하게 된다고 전해집니다. 사진 한 장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압도적인 크기감이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 같아요.
이런 몰입형 영상 전시 방식은 지금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게 됐지만, 빛의 벙커는 국내에 이 같은 형태를 처음 선보인 곳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화를 그대로 옮겨와 벽 가득 투사한다는 발상 자체가 당시로서는 꽤 낯설고 새로운 시도였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는데요,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정확히 어떻게 소개되어 왔는지는 시기마다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아 이 자리에서 특정 짓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그림을 '본다'는 경험을 넘어서 그림 안에 '들어가 있다'는 감각을 제주에서 처음 경험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에요. 군사 벙커라는 차갑고 단단한 공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감각적인 예술 체험의 무대가 된 셈입니다.
지금 이 벙커를 걷는다는 것
빛의 벙커를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은 날씨나 계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실내 공간이라는 점도 매력으로 꼽히는 것 같습니다. 제주는 화창한 날씨에 오름이나 바다를 걷는 여행지로도 유명하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이렇게 실내에서 오래 머물며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특히 반갑게 느껴진다는 후기도 많더라고요. 전시되는 영상이나 그림의 구성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해지니, 언제 방문하느냐에 따라 마주하는 장면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이 공간을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군사 시설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곳을 찾는다면 그저 근사한 미디어아트 전시관 정도로만 기억에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벽이 한때는 총과 통신 장비를, 그리고 어쩌면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세워졌다는 이야기를 알고 나면, 눈앞에 펼쳐지는 빛과 그림이 조금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지키는 것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벙커에서 미술관으로 — 이 공간이 걸어온 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주에서 실내 여행지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이 벙커가 품고 있는 반전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한 번쯤 들러보시길 귤이가 조심스레 권해드립니다.




Tips GYULI · 빛의 벙커는 전시되는 작품과 운영 시간, 입장 방식이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방문 전에 최신 정보를 꼭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