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리 그 조그만 포구, 그냥 지나쳠시냐? 조선 첫 신부님이 닿은 자리여
조용히 이야기로 남다
제주 서쪽 한경면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용수리라는 작은 포구 마을을 지나게 되실 텐데요. 이름만 들으면 그냥 조용한 어촌 마을 같지만, 이 동네 한쪽에는 성김대건신부표착기념관이라는 곳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영 알려진 유명 관광지는 아니다 보니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데, 사실 이 자리에는 조선 땅에 처음 사제로 발을 디뎠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조용히 전해지고 있어요. 얼마 전 귤이가 용머리해안 하멜기념비 이야기를 들려드렸었는데, 공교롭게도 제주에는 이렇게 뜻하지 않게 이 섬 해안에 닿았다고 전해지는 인연들이 몇 군데 더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로 알려진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이 기념관 이야기를, 귤이가 담담하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김대건 신부는 누구고, 왜 용수리에 이름이 남았을까
김대건 신부는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오랜 시간 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사제로 서품된 뒤, 다시 조선 땅으로 돌아오는 항해 중에 거센 풍랑을 만나 배가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정확히 어떤 경로로 항해하고 있었는지, 풍랑을 만난 정황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까지는 제가 여기서 딱 잘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그렇게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배가 흘러흘러 닿은 곳이 바로 지금의 제주 용수리 해안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낯선 사제 한 분이 거친 바다를 헤치고 이 작은 포구 마을에 닿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동네에는 특별한 이야기로 오래 남아 있는 셈입니다.
풍랑 만낭 예상치 못한 땅에 발 디뎠젠 헐 때, 그디도 다 뜻이 이신 인연이라 마씀.
— 🍊 귤이표착 이후 김대건 신부가 이곳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이후 어떤 경로로 육지까지 이동했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함께 전해집니다. 이 여정이 훗날 조선 천주교회 역사에서 어떤 의미로 기록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지 제가 여기서 자세히 풀어드리기보다는 종교적인 해석은 조심스럽게 남겨두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세부적인 사실 하나하나보다, 낯선 바다에서 사경을 헤매다 이 작은 섬 마을에 닿았을 때 그 순간 느꼈을 심정이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목적지도 아니었던 이 낯선 포구에서, 다시 살아서 육지를 밟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해 보게 됩니다.




용수리 포구에 세워진 기념관
이 인연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 성김대건신부표착기념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 서쪽 한경면 용수리, 조용한 포구 마을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화려하거나 규모가 큰 시설은 아니지만, 이 작은 동네에 이런 사연이 담긴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곳이라고 전해집니다. 근처에는 작은 성당과 관련 시설도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은 분위기라고 해요. 종교적인 목적으로 찾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냥 제주 바닷가 마을의 조용한 풍경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보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부담 없이 들러보실 만한 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근처를 걷다 보면 용수포구의 잔잔한 물결과 낮은 돌담, 그리고 소박한 건물들이 함께 눈에 들어옵니다. 관광지 특유의 화려한 안내판이나 인파는 없다 보니, 오히려 이야기 하나에 온전히 집중해볼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조용한 포구까지 거센 풍랑을 헤치고 닿았을 그날의 순간을, 지금의 잔잔한 풍경 위에 겹쳐 떠올려보시면 이 마을이 조금 다르게 다가오실 겁니다.
정확한 경위보다 오래 남은 이야기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이야기 역시 워낙 오래전 일이다 보니, 세부적인 경위를 두고 여러 기록과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정확한 표착 시점이나 그날의 상황 하나하나까지 제가 여기서 전부 단정해서 말씀드리기보다는, '~로 알려져 있다', '~라고 전해진다' 정도로 조심스럽게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저는 정확한 날짜나 기록 하나보다, 낯선 사제 한 분이 위기의 순간에 닿았던 이 작은 포구가 지금까지도 조용히 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마음에 남습니다.
제주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작은 동네 이야기는 알기 쉽지 않습니다.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일정을 짜다 보면 용수리 같은 조용한 포구 마을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요. 근처를 지나실 일이 있다면, 잠깐 들러 이 기념관 앞에서 걸음을 멈춰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종교가 있으시든 없으시든, 낯선 땅에 닿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떠올려보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귤이는 앞으로도 제주 곳곳에 남아 있는 이런 조용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찾아서 들려드릴게요.




Tips GYULI · 성김대건신부표착기념관은 규모가 크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어, 방문 전 운영 시간이나 개방 여부를 미리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근처 용수포구와 수월봉 쪽도 가까운 편이라,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 계획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