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몽골 양식 석탑이 이신 중 알아수과, 불탑사 오층석탑 이야기
지금도 절터를 지키고 있다
제주 여행 오시면 오름이나 흑돼지, 에메랄드빛 바다부터 먼저 찾으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 사이사이 조용히 자리한 오래된 절터 이야기까지 알고 가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제주시 삼양동, 원당봉이라는 나지막한 오름 자락에는 불탑사라는 작은 사찰이 하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름 자체가 '탑이 있는 절'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곳에는, 고려 말에서 원나라가 고려에 간섭하던 시기 사이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오층석탑이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언뜻 보면 작고 소박한 돌탑 하나로 스쳐 지나가기 쉽지만, 이 탑 안에는 제주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몽골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유명 관광지처럼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아니라서 오히려 천천히 들여다보기 좋은 곳이기도 해요. 오늘은 귤이가 이 불탑사와 오층석탑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찬찬히 풀어드릴게요.
삼양동 원당봉 자락, 조용히 자리한 불탑사
불탑사는 제주시 삼양동, 원당봉이라 불리는 작은 오름의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당봉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나지막한 오름 가운데 하나로 전해지는데, 그 자락 한편에 예로부터 원당사지라는 절터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불탑사가 이 원당사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절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고 있어요. 지금 찾아가 보시면 규모가 아주 크거나 단청이 화려한 사찰은 아니고, 오히려 소박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작은 절에 가깝습니다.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는 유명 명소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곳이라, 처음 찾으시는 분들은 '여기가 맞나' 싶어 두리번거리게 되실 수도 있어요. 근데 그 조용함 속에 제주 역사의 한 자락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나면, 이 작은 절이 조금 다르게 보이실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삼양동이라는 동네 자체가 삼양해수욕장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보니, 그 근처에 이런 절터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고려 말, 몽골의 흔적이 남았다는 오층석탑
불탑사 경내에는 오층석탑 하나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화산섬 제주답게 이 탑도 현무암으로 다듬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국내 다른 지역의 석탑들과는 생김새가 사뭇 다르다는 걸 느끼실 수 있어요.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쌓아 올린 독특한 형태가 몽골, 그러니까 티베트 불교 계통의 탑 양식과 닮아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몽골 양식 석탑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히 어느 해에 이 탑이 세워졌는지는 이 글에서 제가 딱 잘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고려 말에서 원나라가 고려에 간섭하던 시기 사이, 그러니까 몽골의 영향이 바다 건너 제주 곳곳에까지 닿아 있던 그 시절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만큼은 여러 자료를 통해 전해집니다. 돌 하나 쌓아 올리는 데도 그 시대의 바람이 고스란히 실렸다고 생각하면, 이 작은 탑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이 탑을 둘러싸고는 오래전부터 입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도 하나 있습니다. 원나라 황실에서 후사를 얻기를 바라며 이곳까지 사람을 보내 탑을 세우게 했다는 설화인데요, 이게 역사적으로 정확히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에 가깝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이런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함께 전해진다는 것 자체가, 이 작은 탑 하나가 그만큼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몽골이라는 거대한 세력의 그림자가 바다 건너 제주까지 닿아, 지금까지도 돌 하나하나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저는 볼 때마다 신기하게 느껴져요. 큰 전쟁이나 유적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탑 하나에도 그 시절의 흔적이 스며 있다는 게 제주 역사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몽골까지 닿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탑 하나가, 이렇게 조용한 절터에 남아 있다는 게 저는 참 신기합니다.
— 🍊 귤이국가 보물로 알려진 탑, 지금은 조용한 절터
이 오층석탑은 지금 국가 보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지정번호까지 이 글에서 짚어드리기보다는, '보물로 알려져 있다' 정도로 조심스럽게 전해드리고 싶어요. 중요한 건 정확한 번호보다, 이 작은 탑 하나가 그만큼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화려한 단청이나 큰 규모로 눈길을 끄는 사찰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이 탑이 조용히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관광객으로 이곳을 스쳐 지나가면 그저 오래된 돌탑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뒤에 놓인 시간과 이야기를 알고 나면 발걸음이 절로 느려지실 거예요.
제주 여행에서 오름이나 바다, 흑돼지만 보고 가시기엔 이 섬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다양합니다. 삼양동 쪽으로 여행 동선을 잡으신다면, 잠깐이라도 원당봉 자락의 불탑사에 들러 오층석탑 앞에 서 보시길 귤이가 권해드립니다. 화려한 사진 한 장보다, 몽골까지 닿았다는 오래된 이야기를 한 번쯤 떠올려보는 조용한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GYULIのヒント · 불탑사는 제주시 삼양동에 있어 대중교통보다는 차량으로 이동하시는 게 편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내가 크지 않아 관람 시간은 길지 않은 편이니, 근처 삼양해수욕장이나 원당봉 산책과 함께 묶어 다녀오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