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성읍민속마을 사진만 찍엄시냐? 그 초가 한 채엔 정의현 다스리던 세월이 이서
지금도 사람이 사는 마을
제주 여행 하면 다들 오름이나 해변, 아니면 요즘 뜨는 카페 투어부터 떠올리실 텐데요. 근데 그 사이에서 조금은 다르게 시간이 흐르는 동네가 하나 있습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자리한 성읍민속마을이에요. 여기는 그냥 예쁘게 꾸며놓은 전통마을 세트장이 아니라, 조선시대 제주에 있었던 세 고을, 그러니까 제주목과 대정현, 정의현 중에서 정의현의 관아가 자리했던 곳으로 전해집니다. 지금도 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낮은 돌담과 초가지붕이 그대로 이어져 있어서, 잠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오늘은 귤이가 이 성읍민속마을이 어떤 자리였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지 찬찬히 풀어드릴게요.
정의현의 관아 터, 성읍이라는 이름
조선시대 제주는 지금처럼 하나의 큰 섬으로만 묶여있지 않고, 제주목과 대정현, 정의현이라는 세 개의 고을로 나뉘어 각각 다스려졌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중 정의현은 제주 동쪽 지역을 관할하던 고을이었는데, 그 정의현의 관아,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지역을 다스리던 행정 관청이 자리했던 곳이 바로 지금의 성읍리라고 알려져 있어요. 마을 이름부터가 '성으로 둘러싸인 고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는 옛 성곽의 흔적이 지금도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니까 성읍민속마을은 단순히 옛날 집 몇 채가 모여있는 곳이 아니라, 한 고을을 다스리던 중심지였다는 무게를 함께 지니고 있는 자리인 셈이에요.
관아가 있던 자리라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 사람이 모여 살고 다스려온 자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 🍊 귤이실제로 마을 안에는 정의현 관아 건물로 쓰였다고 전해지는 일관헌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조선시대 관리가 업무를 보던 건물로 알려져 있는데, 기와지붕을 얹은 이 건물 하나만 보아도 주변의 낮은 초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격을 지니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바로 옆으로는 정의향교도 자리하고 있어서, 이 일대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정의현의 행정과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천천히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자리가 됐지만, 한때는 이 골목 하나하나가 고을의 살림을 챙기던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지금도 남아있는 초가와 돌담
성읍민속마을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낮게 이어진 돌담과 억새로 엮은 초가지붕입니다. 제주는 화산섬이라 예로부터 돌이 흔했던 만큼, 밭이나 집을 두르는 담장도 자연스럽게 이 현무암 돌을 얼기설기 쌓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성읍민속마을에는 이런 옛 돌담이 마을 전체를 감싸듯 이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가지붕 역시 마찬가지예요. 강한 바람이 잦은 제주 날씨에 맞춰 지붕을 새끼줄로 촘촘히 엮어 고정하는 방식이 전통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하는데, 지금도 이 마을에서는 그 방식 그대로 지붕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집과 집 사이를 잇는 좁은 골목, 이른바 올레도 이 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예요. 대문 대신 나무 막대 몇 개를 가로로 걸쳐두는 정낭이라는 옛 방식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이 막대가 몇 개 걸쳐 있느냐에 따라 집주인이 지금 집에 있는지, 잠깐 나갔는지를 알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요즘 도어락 못지않게 나름의 소통 방식이었던 셈이죠.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는, 살아있는 마을
성읍민속마을에서 가장 특별한 지점은 이곳이 그냥 옛날 모습을 재현해 둔 전시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도 이 마을 초가에는 실제 주민들이 살고 계신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까 관광객이 구경하는 골목 바로 옆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을 곳곳에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것으로 알려진 느티나무와 팽나무 같은 나무들도 서 있는데, 정확히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는 제가 여기서 딱 잘라 말씀드리기보다는, 마을의 오랜 시간을 함께 지켜본 나무들이라는 정도로 조심스럽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관광지라고 하면 보통 예쁜 사진 한 장 남기고 다음 장소로 넘어가기 바쁘잖아요. 근데 성읍민속마을만큼은 조금 다르게 걸어보시길 귤이가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낮은 돌담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이 골목이 한때 정의현이라는 고을의 살림을 챙기던 중심지였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는 이 초가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떠올려보시면 좋겠어요. 표선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바다 구경 다음 코스로 성읍민속마을을 넣어보시는 것도 좋은 동선이 될 것 같습니다.




GYULIのヒント · 성읍민속마을은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어 대중교통보다는 차량으로 방문하시는 게 편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이 많은 만큼, 골목을 둘러보실 때는 조용히 예의를 지키며 관람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