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도 안 뗀 채 미술관이 뒈어수다 —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2 이야기
지금은 그림과 조각이 들어와 있다
얼마 전 귤이가 두모악 김영갑갤러리 이야기를 들려드렸던 거 기억나시나요? 폐교였던 학교 건물이 사진작가 한 사람의 손길을 거쳐 갤러리로 다시 태어났다는, 한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담긴 공간 이야기였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제주시 원도심 한복판, 예전에 여관으로 쓰였다고 전해지는 낡은 건물 하나가 겉모습은 거의 그대로 둔 채 현대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알려진 곳, 바로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2입니다. 이번엔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낡은 건물 하나가 어떻게 다시 쓰이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간판도 못 뗀 채 미술관이 됐다는 그 건물
동문모텔2라는 이름에서도 짐작하실 수 있듯, 이 미술관은 원래 '동문모텔'이라는 이름의 숙박업소였던 건물을 고쳐서 만든 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미술관들처럼 부지를 새로 다지고 건물을 새로 올린 게 아니라, 오래된 모텔 건물이 가지고 있던 구조와 외관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안쪽 공간만 전시장으로 꾸며 넣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주 꼽힙니다. 낡은 계단이나 좁은 복도,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던 구조 같은 것들이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서,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이 마치 옛날 여관 건물 속을 그대로 걸어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저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방 하나하나가 작은 전시실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고요.
건물 바깥에 붙어 있던 오래된 간판이나 외벽의 흔적을 일부러 지우지 않고 남겨 두었다는 이야기도 자주 전해집니다. 새 건물처럼 말끔하게 단장하는 대신, 세월이 묻어 있는 모습을 그대로 두어서 이곳이 원래 어떤 자리였는지를 짐작하게 만드는 셈인데요, 이런 방식이 오히려 이 공간을 다른 미술관과는 확실히 구분 짓는 매력으로 이야기되곤 합니다. 화려하게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낡은 채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사례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처음 이곳을 마주하면 정말 미술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낡아 보인다는 감상도 있는데, 그 낯섦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집니다.
겉모습은 낡은 모텔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미술관이라는 게, 처음 알았을 땐 좀 낯설었어요. 근데 생각해 보면 이런 자리일수록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 귤이


제주 원도심을 채우는 오래된 건물들의 새 쓰임
동문모텔2가 자리한 곳은 제주시 원도심, 그러니까 산지천과 동문시장 인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제주의 중심가로 북적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던 동네인데, 이 일대에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고 미술관이나 전시 공간으로 다시 살려내는 시도들이 하나둘 이어지면서 원도심 자체가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게 됐다는 이야기를 저는 종종 듣습니다. 동문모텔2 역시 그런 흐름 속에 자리한 공간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곤 하고요, 근처에는 옛 극장 건물을 고쳐 만들었다고 알려진 또 다른 전시 공간도 함께 있어서, 두 곳을 이어서 둘러보는 코스로 소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낡은 골목을 따라 걷다가 미술관을 하나씩 만나게 되는 동선이라는 이야기도 저는 흥미롭게 들었어요.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대신 살려서 다시 쓰는 방식은, 도시가 옛 모습을 완전히 지우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쓰임을 찾아가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이야기됩니다. 동문모텔2를 걷다 보면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오래된 골목 하나를 통째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감상도 많이 전해지는데요, 전시된 작품을 보는 것 못지않게 건물 자체가 지나온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이 된다는 이야기가 저는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공간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원도심을 걷는 여행자들의 발걸음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옵니다.
허물지 않고 살리는, 또 하나의 제주 여행법
제주 여행을 계획하실 때 미술관이라고 하면 흔히 세련되고 반듯한 새 건물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요, 동문모텔2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만나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낡은 건물의 흔적과 그 위에 놓인 작품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공간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작품 하나하나뿐 아니라 건물 그 자체에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확히 언제부터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는지까지는 제가 여기서 단정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여러 해에 걸쳐 원도심의 풍경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여러 이야기를 통해 꾸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번 소개해 드린 두모악이 한 사람의 인생과 시선이 오롯이 담긴 공간이었다면, 오늘 소개해 드린 동문모텔2는 건물 하나가 시간을 견디고 다시 쓰이는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제주 원도심을 걸으실 일이 있다면, 예전엔 여관이었다가 지금은 미술관이 된 이 건물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겉모습을 한 번 찬찬히 살펴보시길 귤이가 권해 드려요.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부터 이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 곳이라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귤이의 팁 ·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2는 제주시 원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휴관일이나 관람 시간, 입장료 등이 따로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