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말도 몰람시냐? 귤이는 갯바위서 이거 캐멍 컷주
진초록 국물에 우려냈다고
제주 바닷가를 걷다 보면 갯바위 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고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해요. 이 고둥을 제주에서는 '보말'이라고 부른다고 전해지는데, 표준어로는 딱 하나의 이름으로 떨어지지 않는, 갯바위에 사는 고둥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예전부터 제주 사람들은 물때가 맞으면 이 보말을 직접 캐다가 국이나 죽을 끓여 먹었다고 전해지는데, 몸국이나 고기국수처럼 돼지고기를 쓰는 음식과는 결이 다른, 바다에서 그대로 건져 올린 해산물 향토음식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이름은 들어봤어도 실제로 어떤 요리인지는 잘 모르는 여행객도 많다고 하는데, 그만큼 관광지 밥상보다는 제주 사람들 일상의 밥상에 더 가까운 음식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오늘은 제주에서 보말이 어떤 음식으로 전해지는지, 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을 중심으로 찬찬히 짚어볼게요.
보말이 대체 뭐길래
보말은 제주 방언으로, 갯바위나 얕은 바다에 사는 작은 고둥류를 두루 이르는 말로 알려져 있어요. 특정한 한 종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고둥을 뭉뚱그려 부르는 말이라고 전해지는데, 크기가 작고 살이 얼마 되지 않아 손질하는 데 손이 많이 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물때에 맞춰 갯바위에 나가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캐 왔다고 전해지는데, 지금도 제주 해안 마을에서는 물때표를 보고 보말을 캐러 나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해요. 껍데기를 까고 속살을 발라내는 과정이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보말 요리는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으로 통한다고 합니다.
보말 속살은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내장까지 함께 먹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내장이 국물에 진한 감칠맛과 특유의 진초록빛을 낸다고 전해지는데, 여느 해산물 국물과는 확연히 다른 색과 향을 내는 이유가 바로 이 내장 때문이라고 합니다. 손질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특유의 씁쓸한 맛이 강하게 남는다고 알려져 있어, 보말을 다루는 손끝의 정성이 국물 맛을 크게 좌우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집니다.
보말은 갯바위에서 캐 온 만큼만 그날 끓여 먹는, 바다가 내어준 그대로의 국이라고 전해져요.
— 🍊 귤이보말칼국수와 보말죽, 무엇이 다를까
보말로 끓이는 대표적인 음식은 보말칼국수와 보말죽 두 가지로 알려져 있어요. 보말칼국수는 멸치나 다시마로 우린 육수에 손질한 보말과 그 내장을 넣고 끓이다가 칼국수 면을 넣어 완성하는 방식으로 전해집니다. 보말 내장이 국물에 풀리면서 진초록빛을 띠게 되고, 여기에 부추나 배추 등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면발에 보말 특유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국물이 배어드는 것이 이 음식의 특징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보말죽은 칼국수와 달리 쌀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으로 전해져요. 참기름에 쌀과 보말 내장을 함께 볶다가 물을 부어 오래 끓여내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걸쭉하고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예로부터 몸이 편치 않을 때나 기력을 보충하고 싶을 때 즐겨 먹던 회복식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지친 몸을 달래려고 끓여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정확히 언제부터 이렇게 먹기 시작했는지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다고 해요.
왜 제주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나
보말이 제주 밥상에 자주 오른 이유는 갯바위 어디서나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해산물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져요. 육지에서 나는 재료가 귀했던 시절, 제주 바닷가 마을에서는 물때에 맞춰 보말을 캐다가 국을 끓이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몸국이 잔칫날 손님상에 오르던 음식이라면, 보말 요리는 평소 끼니에 자주 오르던 음식에 가까웠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는데, 그만큼 제주 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이 있던 향토음식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요즘은 손질에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보말을 직접 캐서 요리해 먹는 가정이 예전보다 줄었다고 전해지지만, 제주 곳곳의 향토음식점에서는 여전히 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을 맛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국물의 진하기나 내장을 넣는 양, 함께 곁들이는 밑반찬은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는 만큼, 어느 한 그릇으로 보말 요리의 전부를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제주를 여행하다 보말칼국수나 보말죽을 파는 향토음식점을 만난다면, 진초록 국물의 깊은 맛을 있는 그대로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귤이의 팁 · 보말 요리는 내장이 국물에 잘 풀어져야 진한 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어요. 손질 상태에 따라 씁쓸한 맛이 강하게 날 수도 있다고 하니, 처음 맛보신다면 국물을 한 숟갈 먼저 떠서 향과 맛을 가늠해 보시는 것도 좋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