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세한도만 알암시냐? 대정골 그 자리엔 유배객의 설움이 이서
외로운 섬에서 붓을 들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을 여행하다 보면 '추사관'이라는 이름의 나지막한 전시관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 이 이름을 마주하는 분들은 그냥 지역의 작은 박물관 중 하나이겠거니 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사실 이곳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가 유배 생활을 했다고 전해지는 자리 인근에 세워진 기념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양에서 나고 자라 높은 벼슬까지 지냈던 그가 어쩌다 이 먼 섬 마을 대정현까지 흘러들어오게 됐는지, 그리고 그 흔적이 왜 지금까지 이곳에 남아 있는지를 알고 나면 그냥 지나치던 건물 하나가 조금 다르게 보이실 거예요. 얼마 전 귤이가 서귀포 이중섭거리에서 전쟁을 피해 온 화가의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 시대의 풍파에 떠밀려 제주까지 오게 된 또 한 사람, 추사 김정희와 추사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대정현으로 유배 온 학자, 김정희
김정희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어릴 적부터 학문과 글씨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한양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관직에 올랐던 그가 정쟁에 휘말려 제주 대정현까지 유배를 오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렀는지, 유배 생활이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는 제가 여기서 딱 잘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워요. 다만 한양에서 나고 자라 화려한 관직 생활을 했던 학자가, 낯선 섬 마을 대정현이라는 좁은 유배지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는 사실만큼은 여러 기록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유배 기간이나 그 시절 세세한 일화까지는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낯선 섬에 홀로 남겨진 학자가 붓과 벼루를 놓지 않았다는 이야기만큼은 참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 🍊 귤이이렇게 김정희가 유배 생활을 했다고 전해지는 자리 인근에, 오늘날 대정읍의 제주추사관이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지막한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그의 글씨와 학문 세계를 소개하는 자료들이 차분히 늘어서 있고, 인근에는 그가 실제로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초가가 복원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관광지라기보다는, 한 학자가 견뎌낸 유배의 시간을 조용히 기억하려는 공간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는 이야기를 저는 종종 듣습니다. 추사관이라는 이름 하나에 제주와 한 학자 사이의 길고도 고단했던 인연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숙연해지는 것 같아요.




유배지에서 다져졌다고 전해지는 학문과 글씨
김정희가 대정현 유배 시절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 이른바 '추사체'를 완성해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낯선 섬 마을에서 홀로 지내야 했던 시간이 오히려 그의 글씨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시련이 한 사람의 학문을 얼마나 깊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다만 정확히 어떤 계기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서체가 다듬어졌는지까지는 제가 단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유배라는 힘든 시간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다져나갔다는 이야기만큼은 여러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유배 시절과 연관이 있다고 전해지는 작품 가운데는, 제자를 향한 마음을 담았다는 그림 한 점의 이야기도 함께 전해집니다. 정확히 어떤 사연으로, 어떤 마음을 담아 그려진 그림인지까지는 제가 여기서 자세히 확인해 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궁금하신 분들은 추사관을 직접 찾아 안내 자료를 통해 살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만 유배라는 외롭고 고단한 시간 속에서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그림 한 점으로 남겼다는 이야기가, 지금 이 자리에 계속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참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관광지 너머, 유배객의 흔적을 걷는 여행
제주 여행을 계획하실 때 추사관은 흔히 '대정읍에 있는 조용한 전시관' 정도로만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그 이름 안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학자가 겪어야 했던 유배의 아픔과, 그 속에서도 학문과 글씨를 놓지 않았던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는 걸 알고 나면 발걸음이 조금 달라지실 거예요. 서귀포 이중섭거리가 전쟁을 피해 온 화가의 자리였다면, 대정읍 추사관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 시대의 풍파에 떠밀려 온 학자의 자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인증샷 명소로만 스쳐 지나가기보다는, 이름 하나에 담긴 사연을 천천히 곱씹어 보는 산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추사관을 찬찬히 둘러보며, 그 시절 이곳에서 견뎌냈을 한 학자의 시간을 조심스럽게 떠올려 보시길 귤이가 권해드립니다.




귤이의 팁 · 제주추사관은 대정읍내에 자리하고 있어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기 휴관일이나 관람 시간이 따로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운영 일정을 미리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