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오름부터 비양봉꼬지, 한림 오름 코스 돌아봅서
망오름에 비양봉까지, 다섯 오름 잇는 길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 오름에서 백 년째 살고 있는 감귤 요정 귤이예요. 얼마 전에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금오름 이야기랑, 협재 앞바다 건너 비양도 이야기를 각각 들려드린 적이 있어요. 정상에 비가 오면 물이 고인다고 알려진 금오름, 그리고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화산섬 비양도,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한림읍 금악리 인근에는 이 두 곳 말고도 이름이 알려진 오름들이 여럿 모여 있다고 해요. 오늘은 그 오름들, 그러니까 정물오름·도너리오름·문도지오름·망오름 네 곳에 비양도 안에 있는 비양봉까지 더해 다섯 곳을 하루 코스로 묶어서 돌아보는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참고로 오늘은 금오름이나 비양도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지는 않을 거예요. 비양봉은 비양도 안에 있는 봉우리이긴 하지만, 오늘은 섬 자체보다 '오른다'는 관점에서만 짧게 짚고 넘어갈 생각이에요. 그리고 각 오름 하나하나의 정확한 높이나 만들어진 시기, 전해지는 이야기까지 자신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다섯 곳을 이어서 도는 코스 자체, 그러니까 걷고 이동하면서 느껴지는 경험에 더 집중해서 풀어보려고 해요.
한림읍 금악리 한 자리에 오름이 다섯 곳이나 모여 있다고요
한림읍은 제주시 서쪽에 자리한 지역인데, 그중에서도 금악리 인근으로는 이름이 알려진 오름들이 여럿 모여 있다고 전해져요. 먼저 정물오름은 금악리 쪽 오름 중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오름으로 알려져 있고, 도너리오름은 정물오름과 가까운 자리에 있다고 이야기되는 오름 중 하나예요. 문도지오름 역시 같은 금악리 권역에서 이름이 알려진 오름이고, 망오름은 이름 그대로 무언가를 살피는 자리였다고 짐작하게 하는 이름을 가진 오름이라고 전해져요. 다만 오름마다 정확한 행정구역 경계나 높이, 생겨난 시기까지 콕 집어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오늘은 '이런 이름의 오름들이 서로 가까이 모여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도로만 소개해드릴게요. 이름 네 개를 나란히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이 동네에 오름이 얼마나 촘촘하게 모여 있는지 느껴지실 것 같아요.
정물오름부터 망오름까지, 이름만 나열해도 벌써 네 개인 오름들이 한림읍 금악리 한 동네 안에 모여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 🍊 귤이
오름 하나보다, 코스로 이어서 도는 재미가 있다고 해요
오름 하나만 오르내리는 것과 여러 오름을 이어서 도는 것은 느낌이 꽤 다르다고 해요. 정물오름에서 도너리오름으로, 다시 문도지오름과 망오름까지 이어서 돈다고 하면, 하루 사이에도 오름마다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오름은 능선이 완만해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어떤 오름은 수풀이 우거져 있어 걷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고 전해지기도 해요. 물론 오름마다 실제 탐방로 상태나 난이도는 계절과 관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이 자리에서 어느 오름이 더 쉽고 어느 오름이 더 힘들다고 딱 잘라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지만, 여러 오름을 이어서 걸어보면 같은 서쪽 지역 안에서도 오름마다 결이 다르다는 게 체감된다는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반복해서 들리는 것 같아요. 정물오름·도너리오름·문도지오름·망오름 이 네 곳은 모두 육지에서 차로 이동하며 이어서 걸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순서나 동선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도 하루 안에 묶어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코스의 매력이라고 하더라고요.

비양봉만은 결이 달라요, 배부터 타야 하는 봉우리
그런데 이 코스에서 비양봉 하나만큼은 나머지 네 오름과 걷는 방식이 확실히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비양봉은 협재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비양도 안에 있는 봉우리로 알려져 있어요. 비양도 이야기는 예전에 귤이가 따로 들려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는 섬 자체가 제주 화산섬 가운데 가장 최근에 생겨났다고 알려진 지질 이야기에 좀 더 무게를 뒀었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고, 비양봉을 '오른다'는 관점에서만 짧게 짚어볼게요. 정물오름·도너리오름·문도지오름·망오름은 한림 쪽 육지에서 차로 이동하며 이어서 걸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비양봉은 일단 협재 포구에서 배를 타고 비양도로 건너가야 오를 수 있는 봉우리라고 전해져요. 그러니까 이 코스를 하루 만에 다섯 곳 모두 이어서 돈다고 하면, 육지 오름 네 곳을 먼저 돌고 마지막에 배 시간에 맞춰 비양도로 건너가 비양봉까지 오르는 동선이 되는 셈이에요.
비양봉에 오르는 길 자체는 섬이 크지 않은 만큼 그리 길지 않다고 알려져 있고, 정상 부근에서는 협재 쪽 바다와 한림 방향 육지가 함께 눈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육지 오름 네 곳을 걷고 난 다음 마지막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 오르는 봉우리이다 보니, 같은 오름 코스 안에서도 비양봉만큼은 섬 안의 봉우리를 오른다는 조금 특별한 마무리로 기억된다는 후기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다만 배편이 하루 종일 자주 있는 게 아니라고 알려져 있고, 바람이 세거나 파도가 높은 날에는 운항이 아예 취소될 수 있다고도 전해지니, 비양봉까지 코스에 넣고 싶으신 분이라면 배 시간과 당일 날씨부터 가장 먼저 확인하고 나머지 오름 일정을 거기에 맞춰 짜시는 게 순서상 맞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한림 오름 코스는 오름 하나를 목적지로 정하고 다녀오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여러 오름을 이어서 걸으며 제주 서쪽의 지형을 몸으로 느껴보는 여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금오름이 노을과 정상의 물웅덩이라는 뚜렷한 매력 포인트로 기억되는 오름이었다면, 이번 코스에 담은 다섯 곳은 각각의 볼거리 하나보다는 서로 가까이 모여 있어 이어서 걸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배를 타고 건너가는 비양봉으로 마무리된다는 동선 자체가 매력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육지 오름 중 한두 곳만 골라 걷고, 시간을 넉넉히 낼 수 있는 날에 비양봉까지 욕심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귤이의 팁 · 한림 오름 코스에 포함된 오름들은 시기에 따라 탐방로 정비나 생태 보호를 이유로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방문 전에 최신 출입 안내를 확인해보시는 게 좋아요. 비양봉까지 코스에 넣으실 계획이라면 협재 포구 배편 시간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나머지 오름 순서를 짜시길 추천드리고, 오름을 오르내리는 구간이 이어지는 코스인 만큼 걷기 편한 신발과 물은 넉넉히 챙기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