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중섭 소 그림만 알암시냐? 서귀포 그 골목엔 화가의 설움이 이서
짧게 머물다 간 자리
서귀포 시내를 걷다 보면 '이중섭로'라는 도로명을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됩니다. 처음 이 이름을 보는 분들은 그냥 예쁜 골목 이름이겠거니 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사실 이 거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이중섭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 그림으로 유명한 그 화가가 어쩌다 제주 서귀포까지 오게 됐는지, 그리고 그 흔적이 왜 지금까지 이 골목에 남아 있는지를 알고 나면 그냥 지나치던 길이 조금 다르게 보이실 거예요. 오늘은 귤이가 이중섭거리와 화가 이중섭의 제주 시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한국전쟁 피난 시절, 화가 이중섭과 서귀포
이중섭은 굵은 선으로 그려낸 소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로 전해집니다. 평안남도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피난길에 올랐다고 전해지는데, 그 여정 어딘가에서 제주 서귀포까지 흘러들어와 한동안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 머물렀는지,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는 제가 여기서 딱 잘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워요. 다만 전쟁이라는 혼란스러운 시절, 낯선 섬 마을에 몸을 의지했던 한 화가가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서귀포 곳곳에서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날짜나 구체적인 일화까지는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전쟁을 피해 걸어온 화가가 이 작은 동네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는 이야기만큼은 참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 🍊 귤이이렇게 이중섭이 잠시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자리 인근이, 오늘날 서귀포시의 이중섭거리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갤러리와 작은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군데군데 그의 그림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나 벽화도 눈에 띈다고 전해져요. 화려하게 꾸며진 관광지라기보다는, 한 예술가가 스쳐 간 자리를 조용히 기억하려는 동네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는 이야기를 저는 종종 듣습니다. 이 거리 이름 하나에 제주와 한 화가 사이의 짧고도 특별했던 인연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숙연해지는 것 같아요.



이중섭거리, 지금 걸어보면
이중섭거리 골목 안쪽에는 화가가 피난 시절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방 한 칸이 작게 복원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공간은 아니지만, 좁은 방 한 칸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시절의 그리움을 그림에 담아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걸 보면, 그 시절 화가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거리 인근에는 이중섭미술관도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화가의 작품과 삶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정확한 전시 구성이나 소장 작품 목록까지는 제가 단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의 화풍과 생애를 한자리에서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만큼은 여러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이중섭이 서귀포에 머물던 시절 그렸다고 전해지는 작품 가운데는,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섶섬을 담은 풍경화도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실제로 그 작품 속 풍경이 지금 이중섭거리 인근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그 시절 화가가 이 골목 어딘가에 서서 같은 바다를 바라봤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 그림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려졌는지까지는 제가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다만 낯선 섬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한 화가의 시간이, 지금 이 거리 이름 하나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저는 참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관광지 너머, 예술가의 흔적을 걷는 여행
제주 여행을 계획하실 때 이중섭거리는 흔히 '서귀포 시내에 있는 예쁜 골목' 정도로만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그 골목 이름 안에 전쟁이라는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도 그림을 놓지 않았던 화가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는 걸 알고 나면 발걸음이 조금 달라지실 거예요. 화려한 인증샷 명소로만 스쳐 지나가기보다는, 이름 하나에 담긴 사연을 천천히 곱씹어 보는 산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이중섭거리를 따라 걸으며, 그 시절 이곳을 지나갔을 한 예술가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떠올려 보시길 귤이가 권해드립니다.




귤이의 팁 · 이중섭거리는 서귀포 시내에 있어 도보로 둘러보기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근 이중섭미술관은 정기 휴관일이나 관람 시간이 따로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운영 일정을 미리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