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별오름, 가을엔 억새 은빛 물결이곡 겨울엔 불이 되는 오름이우다
제주 오름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계절마다 유독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오름들이 있어요. 봄에는 유채꽃과 어울리는 오름이, 여름에는 초록이 짙은 오름이 회자되곤 하는데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특히 자주 언급되는 곳이 바로 새별오름이라고 해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자리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이 오름은, 다른 오름들과 비교했을 때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고 하더라고요. 하나는 가을철 능선을 가득 채우는 억새의 은빛 물결이고, 다른 하나는 겨울철 오름 전체가 불빛으로 뒤덮인다고 알려진 들불축제예요. 오늘은 이 두 얼굴을 가진 오름, 새별오름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보려고 해요. 축제의 정확한 일정이나 규모까지 단정 짓기보다는, 왜 이 오름이 그렇게 특별하게 이야기되는지 그 배경을 함께 짚어보고 싶어서 준비했어요.
이름부터 반짝이는 오름, 새별오름
새별오름이라는 이름은 저녁 하늘에 홀로 빛나는 샛별처럼 외로이 반짝이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전해져요. 애월읍 봉성리와 이시돌목장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이 비교적 완만하고 왕복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아서, 제주에서 오름을 처음 올라보는 분들에게도 추천되는 곳으로 자주 언급되는 편이에요. 다른 오름들이 저마다 독특한 지형이나 분화구 형태로 이야기되는 것과 달리, 새별오름은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과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가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고 해요. 정상에 서면 한라산은 물론이고 주변 오름들과 애월 앞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하니, 제주의 지형을 한눈에 조망하기 좋은 자리로 여겨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 같아요.
가을이면 능선 전체가 억새로 뒤덮인다고 해요
새별오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억새예요. 가을이 깊어지면 이 오름의 능선 전체가 억새로 뒤덮이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으로 일렁이는 물결처럼 보인다고 알려져 있어요. 다른 억새 명소들이 특정 구역에 억새밭을 조성해둔 것과 달리, 새별오름은 오름 자체의 능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억새가 넓게 퍼져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전해져요. 그래서 오름의 곡선과 억새의 결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해 질 무렵 노을빛이 억새 위로 내려앉을 때가 특히 인상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억새가 가장 절정인 시기인지는 그해 날씨나 개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는 것 같아서, 여기서 특정 시기를 딱 잘라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러워요. 다만 가을철 새별오름을 찾는 이유로 억새가 가장 먼저 꼽힌다는 점만큼은 여러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부분인 듯해요.




여름내 초록이던 능선이 가을이 되면 은빛으로 바뀐다는 게, 같은 오름인데도 전혀 다른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해요.
— 🍊 귤이겨울엔 오름 전체가 불빛이 된다고 전해져요
새별오름을 가을의 억새 오름으로만 기억하기엔, 겨울에 이야기되는 모습이 또 워낙 강렬해요. 매년 정월대보름을 전후한 시기에 이곳에서 제주들불축제라는 행사가 열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오름 전체에 불을 놓는 순서가 있다고 전해져요. 어두워진 밤, 능선을 따라 번지는 불빛이 오름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장면이 이 축제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자주 소개되곤 해요. 원래 제주에서는 봄이 오기 전 목초지에 남은 마른 풀을 태워서 해충을 없애고 이듬해 새 풀이 잘 자라도록 하던 방식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고 하는데, 이 전통적인 방식에서 착안해 지금의 축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다만 정확한 개최 일자나 방문객 규모, 행사 진행 방식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해지는 부분이라, 여기서 구체적인 숫자나 날짜를 단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방문을 계획하신다면 그해의 공식 일정을 꼭 따로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의 오름이 계절에 따라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가을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러 오르는 곳이었다가, 겨울엔 불빛이 번지는 광경을 지켜보러 모이는 곳이 된다니, 같은 능선이어도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표정을 짓는 셈이잖아요. 게다가 그 불이 그냥 볼거리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목축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축제 하나에도 제주 사람들이 땅과 함께 살아온 시간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억새와 불, 두 얼굴이 말해주는 것
용눈이오름이 부드러운 능선 하나로 오래 기억되는 오름이라면, 새별오름은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결이 조금 다르다고 느껴져요. 같은 능선인데 가을엔 은빛으로 일렁이고 겨울엔 붉은빛으로 타오른다는 게, 이 오름을 한 번만 보고 다 안다고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오름 하나가 이렇게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제주를 한 번의 여행으로 다 담으려 하기보다는 계절을 달리해서 여러 번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억새가 일렁이는 가을의 새별오름과 불빛이 번지는 겨울의 새별오름, 둘 다 같은 오름 이야기이면서도 전혀 다른 풍경으로 전해진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져요.
새별오름을 안다는 건, 결국 이 오름이 품고 있는 두 개의 계절을 함께 아는 일인 것 같아요. 가을에 찾아가신다면 능선을 가득 채운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겨울에 찾아가신다면 어둠 속에서 번지는 불빛이 오름을 물들이는 모습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어요.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언제 찾아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새별오름을 만나게 되실 거예요.




귤이의 팁 · 억새는 그해 날씨에 따라 절정 시기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고, 들불축제 역시 매년 정확한 일정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해져요. 방문을 계획하신다면 그해 공식 공지를 미리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