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쪽 바당 지켜난 성이 이신 거 알암시냐
지금은 나무 그늘로 남다
제주 여행을 계획하실 때 오름이나 오션뷰 카페, 흑돼지 맛집부터 검색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제주 서쪽 해안 한 켠에 조용히 남아 있는 옛 성터 이야기까지 챙겨 오시는 분은 드물더라고요. 제주는 예로부터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탓에 바깥에서 들어오는 침입을 늘 경계해야 했던 곳으로 전해지는데, 그 흔적 가운데 하나가 지금의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에 남아 있는 명월성지입니다. 커다란 관광지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저는 이 조용한 옛 성터 이야기야말로 제주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께 꼭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오늘은 귤이가 이 명월성지 이야기,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풍경까지 찬찬히 풀어드릴게요.
제주 서쪽 바다를 지키던 진성, 명월성지
명월성지는 조선시대 제주 서부 해안 방어를 위해 쌓은 진성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예로부터 왜구를 비롯한 외부 세력의 침입에 취약했던 곳으로 전해지는데, 이 때문에 조선 조정에서는 제주 해안 곳곳에 방어 거점이 되는 성을 쌓고 군사를 주둔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렇게 세워진 해안 방어 거점들 가운데 하나가 지금의 한림읍 명월리 자리를 지키던 명월성, 즉 명월성지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정확히 언제 처음 쌓였는지, 몇 년에 걸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하는 세세한 연도까지는 제가 여기서 딱 잘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고, 다만 조선시대 제주 서부 해안을 지키던 진성 가운데 하나로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이야기로 조심스럽게 전해드리고 싶어요.
바다 건너 어디서 무엇이 들어올지 몰라 성을 쌓고 사람을 세워둔 것이니, 그 시절 제주 사람들에게는 이 성벽 하나하나가 곧 마음의 안심이었을 겁니다.
— 🍊 귤이제주 해안 방어유적이라고 하면 흔히 섬 둘레를 따라 길게 이어진 환해장성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명월성지는 그와는 조금 결이 다른 시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해장성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둘러친 성벽이라면, 명월성지처럼 '진성'이라 불리는 곳들은 그 해안 방어선 안에서 실제로 군사가 주둔하고 관아가 자리했던 거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쉽게 말해 긴 방어선 위에 군데군데 세워진 요새 같은 자리였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주 해안을 따라 이런 진성이 여러 곳에 세워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명월성지는 그 가운데서도 제주 서쪽을 지키던 자리로 이름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남은 성벽과 오래된 나무 그늘
세월이 흐르며 지금의 명월성지는 예전 모습을 완전히 갖추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성벽 일부가 남아 있거나 복원된 형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이 자리에 서면 예전 방어 거점이었던 흔적을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명월성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 일대에 자리한 오래된 나무들입니다. 수백 년은 족히 넘었을 것으로 전해지는 팽나무를 비롯한 노거수들이 성터 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풍경이 옛 성터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남다른 정취를 자아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정확히 나무의 나이가 몇 년인지까지는 제가 여기서 단정해 말씀드리기보다, '수백 년 된 것으로 전해지는 노거수 군락'이라는 정도로 조심스럽게 전해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조용한 산책 자리로
군사적 목적으로 쌓였던 이 성터가 지금은 오히려 조용히 걸으며 옛 시간을 떠올려보기 좋은 산책 자리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커다란 팻말이나 화려한 안내 시설이 북적이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제주 서쪽의 옛 이야기를 차분히 곱씹어보기에 좋은 자리라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를 천천히 걷다 보면, 이곳이 한때는 바다를 살피며 긴장을 놓지 못했던 군사 거점이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올 정도예요.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사진 찍기 좋은 자리로도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제주 여행을 오시면 바다와 오름, 맛집 위주로 일정을 짜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요, 가끔은 이렇게 조용히 남아 있는 옛 방어유적 자리에 잠시 들러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요. 한림읍 쪽으로 여행 일정이 있으시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명월성지에 들러 그 옛 자리를 한번 느껴보시길 귤이가 권해드립니다.




GYULI的貼士 · 명월성지는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에 있어 대중교통보다는 차량으로 이동하시는 게 편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넓은 잔디밭과 오래된 나무 그늘이 함께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으니, 근처 다른 한림읍 명소와 함께 동선을 짜서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