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제주 목장 하면 카페만 알암시냐? 그 뿌리엔 신부님 한 분이 이서
제주 축산의 뿌리가 되다
제주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림 쪽에서 우유며 아이스크림이며 유제품으로 유명한 카페나 매장을 마주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근데 그 유제품 이야기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림읍 금악리 너른 벌판에 자리한 성이시돌목장이라는 오래된 목장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어요.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사진 명소로도 잘 알려진 곳이지만, 사실 이 목장은 제주 축산업의 역사에서 꽤 중요한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곳이에요. 특히 한림읍은 제주 축산업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동네로 꼽히는 곳이라, 이 지역 이야기를 한 번쯤 짚어보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오늘은 카페나 디저트 이야기 대신, 이 목장이 어떻게 시작됐고 왜 제주 축산업에서 이렇게 자주 언급되는지, 그 뿌리가 되는 이야기를 귤이가 차근차근 풀어드리려고 해요.
한림 금악, 너른 벌판 위에 자리한 목장
성이시돌목장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일대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목장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름의 '이시돌'은 가톨릭에서 농민과 목축업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지는 성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목장이라는 이름에 성인의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 자체가 이곳이 단순한 방목지가 아니라 특별한 사연을 품고 시작된 곳이라는 걸 짐작하게 해줘요. 금악리는 오름과 초지가 넓게 펼쳐진 지역이라 예로부터 목축에 적합한 땅으로 여겨졌다고 하는데, 이런 지형적 조건이 대규모 목장이 자리 잡는 데 큰 몫을 했을 것으로 보여요. 지금도 목장 인근을 지나다 보면 넓은 초지 위에 소와 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해져, 제주 특유의 목가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곤 해요.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이국적인 풍경 덕분에 사진 촬영지로 입소문이 난 곳이기도 한데, 사실 이런 풍경 자체가 목장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결과물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신부님 한 분이 낯선 땅에 들어왕, 사람도 가축도 다 살려놓은 셈이우다.
— 🍊 귤이아일랜드에서 건너온 신부님이 일군 목장
성이시돌목장의 시작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한 신부님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6·25전쟁 이후 어려운 시절, 이 신부님이 제주에 정착해 가난한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목장을 일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정확히 몇 년도에 목장 문을 열었는지를 이 자리에서 딱 잘라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러워요. 다만 전쟁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 척박했던 금악리 벌판에 하나둘 가축을 들이면서 목장의 틀을 갖춰나갔다는 정도로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 시절 제주는 화산섬이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밭농사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이런 배경 속에서 목축이라는 새로운 생계 수단을 지역에 제안했다는 점도 함께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에요. 낯선 땅, 낯선 기후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목축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예요.




이 신부님이 목장을 운영하면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개량종 가축을 들여왔다는 점이라고 해요. 그전까지 제주에서 길러오던 토종 가축과는 다른, 몸집이 크고 생산성이 높은 소와 양 같은 개량종을 외국에서 들여와 길렀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들여온 가축을 제주 토종 가축과 교배시키면서 점차 품종을 개량해 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구식 목장 운영 방식, 그러니까 초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가축을 효율적으로 사육하는 방법까지 함께 들여와 지역 농가에 전파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와 함께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사육 기술을 가르치고 목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일자리와 기술을 동시에 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이런 방식이 훗날 제주 축산업 전반, 특히 낙농업이 자리를 잡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지금도 남아있는 옛 유가공 시설의 흔적
이렇게 시작된 목장은 가축을 기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유를 짜서 가공하는 유가공 시설까지 함께 갖춰나갔다고 전해져요. 지금도 목장 곳곳을 둘러보면 옛 시절 지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이곳이 한때 활발하게 유제품을 생산하던 자리였다는 걸 짐작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특히 이 목장은 둥근 아치 모양의 독특한 지붕을 가진 옛 주택 건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콘크리트나 목재 없이도 튼튼하게 지을 수 있는 특별한 건축 방식을 활용해 지었다고 전해지는 이 건물들은 지금도 그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해요. 목장 규모가 워낙 넓다 보니 지금도 이 일대를 찬찬히 다 둘러보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당시 지어진 시설들의 흔적이 너른 벌판 곳곳에 흩어져 남아있다고 전해져요. 오래된 창고며 헛간이며, 세월의 흔적이 묻은 건물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걸 보면, 이 벌판이 얼마나 오랜 시간 가축과 사람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자리인지가 새삼 느껴진다고들 해요.
요즘은 이 목장 인근에 유가공 전통을 이어받은 카페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그 시절 만들던 유제품 이야기를 지금 스타일로 풀어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그 카페 이야기는 또 따로 풀어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오늘은 그 뿌리가 된 목장 자체에 집중해서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흔한 관광 코스 대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쌓인 벌판을 한 번쯤 천천히 걸어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 한 입, 우유 한 잔을 마시기 전에 이 벌판에서 시작된 오랜 시간을 한 번쯤 떠올려보시면, 한림 여행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GYULI的贴士 · 성이시돌목장 일대는 넓은 벌판 위에 여러 시설이 흩어져 있어 도보보다는 차량으로 둘러보시는 게 편한 편으로 알려져 있어요. 방목장이다 보니 가축들이 지나다니는 구간도 있을 수 있어, 방문 시 안내 표지판이나 안전 수칙을 미리 확인해보시는 걸 권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