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만 국수인 중 알암시냐? 귤이는 순메밀 먹으레 감쪄
툭툭 끊어지는 면발
제주에서 국수 하면 고기국수부터 떠올리는 여행객이 많습니다. 돼지 육수에 밀가루 면을 말아낸 그 든든한 한 그릇 말이에요. 그런데 제주에는 밀가루가 아니라 메밀로 뽑아낸 국수도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고 해요. 바로 순메밀막국수입니다. 같은 국수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재료부터 다르고, 국물의 온도와 향까지 완전히 다른 결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오늘은 제주와 메밀이 어떤 인연으로 얽혀 있는지, 그리고 순메밀막국수는 어떤 국수인지 차근차근 짚어보려고 합니다.
메밀이 유독 제주에서 잘 자란다는 이유
제주 땅은 화산이 만들어낸 화산회토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화산 활동으로 쌓인 화산재가 오랜 세월 풍화되며 만들어진 흙인데, 물이 잘 빠지고 유기물이 적어 벼농사나 여느 밭농사에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토양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메밀은 오히려 이런 척박하고 배수가 잘되는 땅에서 잘 자라는 작물로 알려져 있어요. 물이 고이면 뿌리가 쉽게 상하는 메밀의 특성과, 물빠짐이 좋은 제주의 화산회토가 서로 잘 맞아떨어진다고 전해지는 거죠. 그래서 예로부터 제주 곳곳의 밭에서는 메밀꽃이 하얗게 뒤덮인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제주 땅에서 오래도록 자라온 메밀은 자연스럽게 제주 사람들의 밥상에도 깊이 자리 잡았다고 전해져요. 척박한 땅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주는 만큼, 쌀이 귀했던 시절 제주에서는 메밀이 아주 소중한 곡식으로 여겨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메밀가루로 전을 부치고, 죽을 쑤고, 국수를 뽑아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밥상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주를 대표하는 메밀 음식으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바로 빙떡과 순메밀막국수라고 알려져 있어요.
메밀은 제주 땅이 박대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곡식이었다고 전해진다.
— 🍊 귤이잔치상의 빙떡, 그리고 순메밀막국수
빙떡은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얇게 부친 전병에, 삶아서 양념한 무나물을 넣고 돌돌 말아낸 제주 향토 음식으로 전해져요. 도톰한 부침개보다는 얇고 부드러운 크레페에 가까운 모양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정말 떡이 맞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예전 제주에서는 잔치나 제사가 있을 때 빙떡을 넉넉히 부쳐 상에 올렸다고 전해지는데, 메밀 반죽 특유의 슴슴한 맛과 무나물의 시원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같은 메밀이라도 면으로 뽑아내면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됩니다. 순메밀막국수는 밀가루를 전혀 섞지 않고 메밀가루만으로 면을 뽑아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전해져요. 메밀 함량이 높을수록 면이 툭툭 끊어지는 특유의 식감을 지니는데, 쫄깃하게 늘어나는 밀가루 면과는 확실히 다른 결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슴슴하고 구수한 메밀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것도 순메밀막국수만의 특징으로 꼽혀요. 고기국수가 뽀얀 돼지 육수에 몸을 데우는 국수라면, 순메밀막국수는 시원하고 슴슴한 육수나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결이 완전히 다른 국수로 이해하는 게 맞다고 합니다.
밀가루 국수와는 확실히 다른 결
순메밀막국수는 보통 차갑게 식힌 육수나 양념장에 면을 말아 시원하게 먹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어요. 뜨끈한 국물에 몸을 녹이는 고기국수와는 먹는 방식부터 온도까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편육이나 지단, 무생채, 오이채 같은 고명이 함께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지는데, 메밀 면의 슴슴한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씹는 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면이 매끄럽게 넘어가기보다 뚝뚝 끊어지는 편이라, 후루룩 빨리 먹기보다는 젓가락으로 적당히 감아가며 천천히 즐기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국수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고기국수와 순메밀막국수는 재료도, 온도도, 먹는 방식도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주 여행 중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날 때, 뜨끈하게 속을 채우고 싶다면 고기국수를, 슴슴하고 시원한 메밀 향을 느끼고 싶다면 순메밀막국수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화산회토가 키워낸 메밀 한 그릇에는, 척박한 땅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살림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고 전해져요.


GYULI的贴士 · 순메밀막국수는 메밀 함량이 높을수록 잘 끊어진다고 알려져 있으니, 젓가락으로 면을 적당히 감아가며 천천히 드시는 걸 권합니다. 가게마다 메밀 비율이나 곁들이는 육수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미리 물어보는 것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