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러 솟는 샘 품은 거슨새미오름, 이름은 낯설어도 걸을만 허우다
이름은 낯설어도 걸을만 허우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는 오름 애호가들 사이에서 '오름의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크고 작은 오름이 유난히 촘촘하게 모여 있는 동네로 알려져 있어요. 지난번에 귤이가 소개했던 다랑쉬오름도, 그 옆에 나란히 붙은 아끈다랑쉬오름도 모두 이 송당리 오름 군락에 속한 곳들이죠. 그런데 이렇게 이름난 오름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름 자체는 낯설게 느껴지는 오름이 하나 있어요. 바로 거슨새미오름이에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오름은 '거슬러 솟는 샘'이라는 독특한 사연을 품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오늘은 이 거슨새미오름이 품은 이야기와 송당리 오름 군락 속에서 이 오름이 자리한 위치, 그리고 구좌읍 동쪽 지역을 걷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까지 하나씩 천천히 풀어볼게요.
'거슬러 솟는 샘', 이름에 담긴 사연
거슨새미오름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해지기 마련이에요. 제주어로 '새미'는 샘, 즉 물이 솟아나는 자리를 가리키는 말로 알려져 있고, '거슨'은 무언가를 거스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전해져요. 이 둘을 합치면 '거슬러 솟는 샘'이라는 뜻이 되는 셈인데, 오름 자락 어딘가에 있던 샘물이 보통의 물줄기와는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는 이야기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제주의 물줄기는 대체로 한라산 쪽 높은 지대에서 바다 쪽 낮은 지대로 흘러 내려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거슨새미오름 자락의 샘물은 그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방향으로 흘렀다고 하니, 옛사람들 눈에는 꽤 신기한 광경으로 비쳤을 것 같아요.
정확히 그 샘물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어느 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흘렀는지까지는 오늘날 자세히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조심스럽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다만 제주에는 이렇게 물이 흐르는 방향이나 솟아나는 자리에 얽힌 사연으로 이름이 붙은 오름이나 마을이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거슨새미오름도 그런 제주식 이름 짓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 중 하나로 자주 이야기된다고 해요. 이름 하나만 곱씹어봐도 이 오름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다랑쉬·용눈이 사이, 조용히 자리한 오름
송당리 오름 군락이라고 하면 다랑쉬오름이나 용눈이오름처럼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들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이 일대는 크고 작은 오름들이 이웃하듯 늘어서 있어서, 오름 하나를 보러 왔다가 근처 오름 몇 곳을 더 둘러보고 가는 여행자들도 많다고 전해져요. 거슨새미오름 역시 이 오름 군락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웃한 유명 오름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이름값이 덜하다고 해서 오름으로서의 매력까지 덜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많아요. 오히려 사람이 몰리는 유명 오름들 사이에서, 비교적 한적하게 자기만의 속도로 걸을 수 있는 오름으로 거슨새미오름을 꼽는 분들도 있다고 해요. 제주 오름을 몇 번 다녀본 분들 중에는 처음엔 이름난 오름부터 찾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이런 덜 알려진 오름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고 하니, 오름 여행의 재미가 꼭 유명세에만 있는 건 아닌가 봐요.
구좌읍 동쪽, 오름 사이로 이어지는 밭담 풍경
거슨새미오름은 제주시 구좌읍에 자리한 만큼, 제주 동쪽 지역을 대표하는 오름 중 하나로 이야기되곤 해요. 구좌읍 일대는 오름뿐 아니라 넓게 펼쳐진 밭담과 목장 풍경이 함께 어우러진 동네로 알려져 있는데, 오름을 오르내리는 길 자체가 이런 구좌읍 특유의 풍경 속을 지나는 느낌이라고 전해져요.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밭담이 밭과 밭 사이를 구불구불 잇고, 그 사이로 오름들이 봉긋봉긋 솟아 있는 모습은 구좌읍 아니면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오름 정상 부근까지 오르면 주변으로 늘어선 다른 오름들의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오름 하나에 오른 것만으로 송당리 일대의 지형을 어렴풋이 가늠해볼 수 있다는 후기도 있다고 해요. 계절에 따라 밭담 안쪽 작물이 초록빛으로 물들었다가 누렇게 변하기도 한다고 전해지는데, 그 색 변화를 오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구좌읍만의 볼거리로 꼽힌다고 하더라고요.
이름난 오름 사이에서 이름조차 낯선 오름을 찾아 걷다 보면, 제주가 얼마나 오름 부자인 섬인지 새삼 실감하게 돼요.
— 🍊 귤이찾아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다만 거슨새미오름은 다랑쉬오름이나 백약이오름처럼 탐방로나 안내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다고 알려진 오름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져요. 찾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이정표나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는 후기도 있고요. 그래서 이 오름을 목적지로 삼으신다면, 사전에 정확한 위치를 지도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미리 확인하고, 여유 있게 시간을 잡아 다녀오시는 걸 추천드리는 이야기가 많아요.
송당리 일대는 거슨새미오름 말고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처럼 함께 둘러볼 만한 오름들이 가까이 모여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시간이 넉넉하신 분이라면 이름난 오름 한두 곳과 거슨새미오름을 함께 묶어서 도는 코스로 하루 일정을 짜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람 많은 곳에서 사진 몇 장 남기고, 조용한 곳에서 오름 본연의 풍경에 좀 더 오래 머무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귤이의 팁 · 거슨새미오름은 다랑쉬오름이나 용눈이오름 같은 이웃 오름들보다 찾는 사람이 적어 이정표나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방문 전에 지도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정확한 위치를 미리 확인하시고, 그늘이 많지 않은 오름 지형 특성상 모자와 물을 챙기시는 걸 추천드려요. 근처 다랑쉬오름·용눈이오름과 묶어 코스로 도시면 송당리 오름 군락을 한층 여유 있게 둘러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