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도 그자 나물인 중 알암시냐?
제주식 육개장 한 그릇
제주 여행을 다니다 보면 흑돼지나 몸국처럼 이름난 향토음식들 사이에서 유독 수수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뉴가 하나 있어요. 바로 고사리육개장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육지에서도 흔히 먹는 육개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제주식 고사리육개장은 국물에 들어가는 고사리의 양과 손질법부터 다르다고 전해져요. 제주는 예로부터 고사리 산지로 널리 알려진 곳인데, 그 고사리가 어떻게 한 그릇의 진한 국물로 완성되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해요. 오늘은 제주와 고사리가 어떤 사이인지, 그리고 그 고사리가 육개장 한 그릇에 담기기까지 어떤 이야기를 거치는지 차근차근 짚어보려고 합니다.
제주가 고사리 산지로 불려온 이유
제주가 고사리 산지로 이름난 데는 섬의 지형과 토양이 큰 몫을 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화산섬인 제주에는 오름과 곶자왈처럼 그늘지고 습기가 오래 머무는 지형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런 환경이 고사리가 자라기에 알맞은 조건을 만들어준다고 전해집니다. 화산회토양 특유의 배수 좋은 흙도 고사리가 뿌리를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그래서 제주에서는 산자락뿐 아니라 마을 근처 오름 자락에서도 고사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런 지리적 특성 덕분에 제주는 육지의 다른 지역보다 고사리가 유독 흔하고 질이 좋은 곳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봄이 되면 제주 마을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산과 오름으로 고사리를 꺾으러 나섰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이를 '고사리 꺾기'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느 시기에 꺾어야 가장 좋은지는 해마다 날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니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해요. 다만 봄철 고사리가 올라올 무렵이면 온 가족이 함께 산에 오르는 게 흔한 풍경이었다는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전해지고 있어요. 그렇게 꺾어 온 고사리는 그날 바로 삶아 갈무리해야 좋은 상태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고사리 꺾기는 그 자체로 손이 많이 가는 봄철 집안일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고사리는 산에서 꺾을 때보다 집에 와서 손질할 때 더 정성이 든다고들 했다.
— 🍊 귤이말리고 불리고, 고사리 한 줌이 되기까지
갓 꺾어 온 생고사리는 그대로 먹을 수 없다고 해요. 억센 줄기를 다듬고, 끓는 물에 삶아 아린 맛을 빼낸 다음, 햇볕에 여러 날 널어 말리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저장해 둘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전해집니다. 이 손질 과정 하나하나에 손이 많이 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삶는 시간이 조금만 짧아도 질기고, 너무 오래 삶으면 물러져 식감이 사라진다고 하니 예로부터 경험 많은 손이 필요한 작업으로 여겨졌다고 해요. 말리는 동안 날씨가 궂으면 곰팡이가 슬 수도 있어서, 마당에 널어둔 고사리를 수시로 뒤집어가며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아야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바짝 말린 고사리는 필요할 때마다 물에 불려 쓴다고 해요. 마른 고사리를 하루 정도 충분히 불리면 부피가 눈에 띄게 커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마른 상태의 고사리 한 줌으로도 꽤 넉넉한 양의 국을 끓일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불리는 시간이 부족하면 심지가 남아 뻣뻣하고, 너무 오래 불리면 향이 옅어진다고 하니 이 과정에도 나름의 요령이 필요하다고 해요. 삶고 말리고 다시 불리는 이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국에 넣을 수 있는 고사리가 완성된다는 점에서, 고사리는 손질 자체가 하나의 정성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고사리와 육개장이 만나 진한 국 한 그릇으로
이렇게 손질된 고사리는 소고기와 함께 얼큰하게 끓여내는 육개장에 들어가면서 제주식 고사리육개장으로 완성된다고 전해져요. 소고기를 삶아낸 육수에 불린 고사리를 듬뿍 넣고, 고춧가루와 여러 양념으로 얼큰하게 간을 맞추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 고사리가 국물의 향과 씹는 맛을 함께 책임진다고 합니다.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특유의 향과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이 고사리육개장을 다른 육개장과 구분 짓는 특징으로 꼽힌다고 해요.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명절이나 큰 행사가 있을 때 이 국을 넉넉히 끓여 여러 사람이 나눠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정확히 어떤 자리에서부터 이 국이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한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요즘은 제주 곳곳의 향토음식점에서 계절과 관계없이 고사리육개장을 맛볼 수 있다고 해요. 다만 봄에 꺾어 갈무리한 고사리로 끓인 국은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게마다 국물의 얼큰함이나 고사리를 넣는 양이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니, 어느 한 그릇만 먹어보고 고사리육개장의 전부를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해요. 제주를 여행하다 고사리육개장을 파는 곳을 만난다면, 그 집만의 국물 맛과 고사리 식감을 있는 그대로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귤이의 팁 · 고사리육개장은 뜨거울 때 먹어야 얼큰한 국물 맛과 고사리 특유의 향이 가장 잘 느껴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밥을 말아 먹으면 국물과 고사리가 골고루 어우러져 한 그릇을 든든하게 비울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