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 한 방울 없이 파였덴 허는 구뎅이, 산굼부리우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주 오름에서 100년 산 감귤 요정 귤이예요. 오늘은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산굼부리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성산일출봉이나 한라산만큼 유명하진 않아도, 제주를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꼭 한 번쯤 이름이 오르내리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산굼부리가 어떤 곳인지, 왜 특별하다고들 하는지 물어보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저도 처음엔 그냥 커다란 웅덩이가 있는 오름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훨씬 재미있는 사연을 품고 있는 곳이더라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게요.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니까 편하게 따라와 주세요.
화산인데 용암이 없다고요?
산굼부리는 제주시 조천읍에 자리한 화산 지형으로 알려져 있어요. 제주에는 오름이라고 부르는 크고 작은 화산체가 정말 많은데, 그 안에서도 산굼부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곳이에요. 흔히 화산이라고 하면 용암이 흘러넘쳐서 봉우리를 쌓아 올리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 산굼부리는 그런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산굼부리는 땅속 마그마와 지하수가 만나면서 생긴 강한 폭발의 힘으로 지표면이 움푹 파이면서 만들어진 지형이라고 해요. 용암이 쌓여서 위로 솟아오른 게 아니라, 반대로 폭발 때문에 땅이 꺼지듯 파였다는 점이 특이하다고들 하죠. 이런 형태를 학계에서는 마르(maar)형 분화구라고 부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라고 전해져요. 정확히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이런 폭발이 있었는지는 저도 딱 잘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워요. 여러 자료마다 설명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이 부분은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는 대체로 그렇게 알려져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봉우리 없이, 평평한 땅에 뻥 뚫린 구덩이
산굼부리를 실제로 마주하면 신기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보통 화산이라고 하면 멀리서도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 모양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산굼부리는 딱히 높이 솟아오른 봉우리가 없다고 전해지거든요. 평평한 들판을 걷다가 갑자기 땅이 움푹 꺼진 커다란 구덩이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봉우리 대신 움푹한 웅덩이가 이 화산의 정체성이라는 게, 처음 듣는 사람한테는 살짝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독특한 지형 덕분에 산굼부리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해온 곳이라고 전해져요. 왜 이곳만 이렇게 파였는지, 다른 오름들과는 뭐가 다른지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고 하는데, 정확한 형성 시기나 세세한 과정까지 하나하나 밝혀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이 부분은 '~라고 알려져 있다', '~라고 전해진다' 정도로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려고 해요. 괜히 아는 척 딱 잘라 말씀드렸다가 나중에 틀린 정보를 전해드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봉우리를 쌓지 않고 땅을 파서 만들어졌다는 것, 그게 산굼부리를 가장 산굼부리답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 🍊 귤이가을이면 억새가 뒤덮는다는 그 언덕
산굼부리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억새를 떠올린다고 해요. 분화구 주변 언덕이 억새로 뒤덮이는 풍경으로 특히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가을이 되면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밭을 보러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고 전해져요.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이리저리 눕고 일어나는 모습이 마치 파도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다만 억새가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 절정을 이루는지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알려져 있어서, 딱 며칠이라고 못 박아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대체로 가을철이 억새를 보기 좋은 시기로 전해지고는 있지만, 그해 날씨나 기온에 따라 조금씩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하니, 방문을 계획하신다면 가까운 시기에 미리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도 매번 정확한 날짜를 콕 집어드리고 싶은데, 이 부분만큼은 자연이 정하는 일이라 저도 어쩔 도리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산굼부리 이야기를 풀어놓고 보니, 화려하게 반짝이는 관광지는 아니어도 나름 뜻깊은 사연을 품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용암 대신 폭발로 파였다고 전해지는 지형도 특이하고, 계절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다음에 제주 여행 코스를 짜실 때, 잘 알려진 관광지 사이에 산굼부리를 살짝 끼워 넣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오늘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걸어보시면 평소보다 조금 더 다르게 다가오는 풍경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귤이의 팁 · 산굼부리는 억새로 유명한 가을철에 특히 많이 찾는다고 알려져 있으니, 방문 전에 그 해 억새 상황이나 개방 시간을 미리 확인해보고 움직이시는 걸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