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 뭐우꽈? 용눈이오름 능선 보민 다 압서
제주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름'이라는 단어가 정말 자주 등장해요. 성산일출봉도 오름이고, 산방산 근처에도 오름이 있고, 관광 안내 책자를 펼치면 어디든 오름 이름이 하나씩 붙어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오름이 정확히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냥 언덕인가, 산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싶고요. 오늘은 오름이라는 이 낯설고도 익숙한 단어를 조금 천천히 풀어보고, 그 대표 격으로 자주 이야기되는 용눈이오름 이야기까지 같이 해보려고 해요. 등반 코스를 안내하려는 글은 아니고요, 오름이라는 지형 자체가 어떤 존재인지, 왜 제주에 이렇게 많다고 하는지, 그 이야기를 편하게 나눠보고 싶어서 준비했어요.
오름, 사실은 화산이 남긴 흔적이래요
'오름'은 제주 방언으로, 작은 화산체를 가리키는 말로 알려져 있어요. 표준어로 옮기면 '오르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이라고 전해지는데, 그만큼 평지 위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지형을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술적으로는 기생화산 혹은 측화산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주도라는 큰 화산섬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곳곳에 크고 작은 분화구가 따로 생겨났고, 그 결과물들이 지금 우리가 오름이라고 부르는 낮은 언덕들로 남았다고 전해져요. 그러니까 오름 하나하나가 제주라는 섬이 화산활동으로 태어났다는 걸 보여주는 살아있는 흔적인 셈이에요.
재미있는 건, 제주에 이런 오름이 굉장히 많이 흩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이에요. 정확히 몇 개인지는 조사 기관이나 시기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는 것 같아서 여기서 특정 숫자를 딱 잘라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러운데요, 어쨌든 제주 전역에 걸쳐 수백 개에 이르는 오름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만큼은 여러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만큼 오름은 제주라는 섬 전체를 이루는 아주 기본적인 지형 단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제주를 '오름의 섬'이라고 부르는 표현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그 많은 오름 중에서도, 용눈이오름이 유독 사랑받는 이유
그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용눈이오름은 특히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이 오름은, 다른 오름들과 비교했을 때 능선이 유독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고 해요.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 느낌이 아니라, 마치 큰 파도가 잔잔하게 굽이치는 것 같은 곡선이 이어진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사진을 찍는 분들 사이에서 특히 사랑받는 오름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해가 낮게 뜨는 이른 아침이나 노을이 질 무렵에는 능선을 따라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면서 곡선이 한층 더 도드라져 보인다고 하는데, 그 장면을 담으려고 일부러 이 시간대를 맞춰 찾는 분들도 꽤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산처럼 우뚝 솟은 게 아니라, 파도가 굽이치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 그게 용눈이오름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래요.
— 🍊 귤이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름이라는 게 단순히 풍경으로만 소비되는 대상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오름 자락이 마을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어서, 소나 말을 놓아 기르는 목초지로 쓰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묘가 자리하기도 했다고 전해져요. 그러니까 오름은 그냥 '멋진 산'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오래도록 맞닿아 있던 공간이었다는 거죠. 지금이야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으러 찾아오는 곳이 됐지만, 그 이전에는 누군가의 일터였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산소가 있는 곳이었고, 마을 아이들이 뛰놀던 뒷동산 같은 존재였다고 하니, 오름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오름 하나가, 제주라는 섬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용눈이오름처럼 부드러운 능선을 가진 오름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오름은 분화구가 뚜렷하게 남아 있어서 봉우리가 여러 개로 갈라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전해져요. 같은 화산 활동으로 생겨났다고 해도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게 남아 있다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마치 사람 얼굴이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오름도 하나하나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셈이랄까요. 그래서 제주를 잘 아는 분들은 오름 이름만 들어도 대충 어떤 생김새인지 떠올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오름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제주라는 섬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아요.
오름을 안다는 건, 결국 제주라는 섬이 어떻게 태어났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함께 아는 일인 것 같아요. 다음에 용눈이오름이든 다른 오름이든, 그 능선을 눈앞에 두게 되면 그냥 '경치 좋다'로 끝내지 마시고, 이 언덕이 오래전 화산활동의 흔적이라는 것과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는 걸 한 번쯤 떠올려 보시면 좋겠어요. 같은 풍경도 그 배경을 알고 보면 확실히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귤이의 팁 · 오름 능선은 해가 낮은 이른 아침이나 노을 질 무렵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서 곡선이 훨씬 또렷하게 보인다고 알려져 있어요.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이 시간대를 참고해보세요.